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슬램덩크”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만화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 6년간 연재가 되며 큰 인기를 끌었죠. 이 인기를 반영해, 슬램덩크 극장판이 개봉했을 때도 수많은 관객이 몰려들었습니다. 슬램덩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들은, ‘이 만화에는 영혼이 담겨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슬램덩크가 큰 사랑을 받는 대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농구가 소재이기 때문에, 스포츠가 주는 감동적인 요소를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고교생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죠. 또한 스토리가 탄탄해서 보는 이들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코믹적인 요소까지 더하면, 슬램덩크의 인기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죠.
   그런데 제가 조금 더 주목해서 보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슬램덩크에 ‘주인공’이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농구 코트 밖의 스토리는, 주로 ‘강백호’라는 선수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코트에서 농구를 할 때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어 역할을 감당합니다. 경기의 흐름에 따라서 중요한 역할이 바뀌기 때문에 주인공이 바뀌기도 하죠. 때로는 둘 이상이 동시에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또 하나 주목하는 점은, 그 주인공들이 완성형 캐릭터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주인공들은 다른 캐릭터가 범접하기 어려운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죠. 이미 탁월한 리더십을 소유하고 있거나, 굉장히 성숙한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슬램덩크의 주인공들은 우리와 함께 성장합니다. 그들의 부족함과 미숙함은 있는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순간의 희열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죠. 이처럼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 슬램덩크의 매력입니다. 
   저는 슬램덩크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그러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강력한 슈퍼맨이나 명석한 철인(哲人)이 지도자가 되어서 카리스마 있게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는 한 사람만 주인공이 되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공동체입니다. 각자에게 맡기신 재능과 사명이 다르니 때문에, 상황과 시기에 따라서 주인공이 바뀝니다. 우리는 그 쓰임에 맞게, 주인공의 역할을 감당하면 됩니다. 때로는 외롭게 고군분투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럿이 함께 우리 사회를 세워나가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게 맞습니다.
   물론 이게 간단한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금 나를 보아도, 우리 주변을 보아도, 미숙하고 부족한 사람들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고 하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현실의 벽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망이라고 느꼈던 그것이 뒤집어보면 더 아름다운 것입니다. 슬램덩크에서 약체였던 팀이 우여곡절 끝에 성장해서 절대적인 우승 후보를 무찌르듯이, 우리도 수많은 상처를 넘어서 성장하면 현실의 벽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부족하니까 영웅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니까 더 성장하려는 마음이 필요한 지금입니다. 가능성을 더 키우고, 서로를 향한 마음을 더 크게 해서, 우리 함께 어려운 시절을 이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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