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소설가>

 형설지공(螢雪之功)은 여름에는 반딧불이를 잡아서 망에 넣어 반딧불이의 빛으로 공부를 하고, 겨울에는 눈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공부를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가난한 사람이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함을 일컫는 말이다.
 후진(後晉)의 손강(孫康)은 집이 가난하여 기름을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늘 눈빛에 책을 비추어 글을 읽었다. 나중에 그는 어사대부(御史大夫)에까지 벼슬이 올랐다.
 또 진(晉)나라의 차윤(車胤)이란 사람은 기름을 구할 수가 없어 여름이면 수십 마리의 반딧불을 주머니에 담아 그 빛으로 밤을 새우며 책을 읽어 마침내 이부상서(吏部尙書)가 되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실험을 통해 반딧불이나 눈이 반사되는 빛으로 글을 읽을 수 있는지 실험을 했더니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련하게 반딧불이가 하늘을 수놓는 장면을 상상하고 아련한 그리움에 빠졌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나와 태국의 반딧불이 투어를 가기도 했다. 두 곳 모두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면서 보는 것인데 강가 검은 숲에 반딧불이가 아주 작게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무에 반짝이처럼 매달려 있다가 가이드가 조작하는 불빛에 끌려 배로 날아오기도 했다. 가이드의 녹색 불빛은 마치 암컷 반딧불이가 발광하는 녹색 빛과 비슷해서 수컷 반딧불이는 착각에 빠져 빛을 내며 춤을 춘다. 정말로 속았는지 반딧불이 떼가 별처럼 반짝거렸다. 이 작디작은 생명체는 이슬만 먹고 살다가 고작 2주면 생명을 다하고 만다. 아주 작은 불빛이어서 노안이 온 나는 돋보기안경을 끼고 보아야 했다.
 맑고 깨끗한 물이 있는 청정지역에 사는 반딧불이.
 반딧불이는 환경의 지표로 여긴다. 자연생태계의 파괴로 인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여름이면 볼 수 있던 반딧불이가 오래전 사라졌다. 시골에 가면 어쩌다 한두 마리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농촌에서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을 사용한 지역에 반딧불이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초여름이면 반딧불이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아이들 어릴 때 몇 번이나 갔지만, 원하는 만큼의 불빛을 보지 못했다.
 얼마 전,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서 반딧불이 투어를 나섰다.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숲을 더듬어 걸어갔다. 해설사가 손전등으로 길을 안내했다. 카메라 플래시나 휴대전화기도 켤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이 어둠 속에서 고요하게 기다렸다. 싱그러운 공기,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 한참 불어오자 반딧불이의 몸짓이 어둠 속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내 머리 위로 손으로 반딧불이가 내려앉자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작은 생명체의 날갯짓, 손바닥을 간지럽히던 여린 움직임까지도 너무나 뜻깊은 추억이다. 인공 불빛이 모두 사라진 숲에 반딧불이의 날갯짓과 하늘의 수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번 제주에서의 체험은 자연에 대한 감사함이다. 반딧불이를 찾아 청정지역으로 여행을 다니기보다 직접 자연을 지키려는 행동을 해야 한다. 작가 박경리는 ‘우리는 자연이 주는 이자로만 살아야 한다’라고 했다. 자연에 대한 원금을 까먹는 우를 범하고 있다. 원금을 탕진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자연의 선물을 탕진하기보다는 이자에 이자를 더하는 생활이 필요하다. 이자로만 사는 소박한 생활, 우리 후손까지 오래도록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으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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