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수필가>

 갑자기 화재경보음이 울린다. 현관문을 열자 터질듯한 소음에 고막이 산산이 부서질 것 같다. 밖에는 사람 하나 없다. 모두 집을 비운 건지 나만 불안함을 느끼는 건지. 전에 어쩌다 오작동으로 몇 번 울린 적은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울리는 경우는 처음이라 무척 신경이 쓰인다.
 한 달쯤 되었나 보다. 아파트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매캐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슬며시 코끝에 닿는다. 누가 무엇을 태우는지 이상하고 심상치 않은 냄새였다. 관리실에서 화재 발생에 대해 연기가 해로우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방송을 한다. 불이 났는데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오면서 주민들이 놀라는 일이 없도록 소리 내지 않고 조용하게 진입 하나보다. 다행히 불은 크게 번지지 않고 화재가 발생한 집안에서 빠르게 진화되었다. 그 집안의 전기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킨 사고라 한다.
 가끔 화마가 휩쓸고 지나가 새카맣게 보이는 풍경을 보곤 한다. 대부분 주거지보다는 차로 이동하는 순간에 지나치는 나지막한 산자락이다. 푸른 나무가 사라지고 시커먼 등성이를 바라보면 가슴속도 숯이 되는 기분이다. 푸른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일은 행복이다. 활활 타오르는 화재를 직접 본 적이 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 앞이었다. 쌓여있는 철근과 가끔 푸른 불꽃을 튕기며 용접하는 장소였다. 다가구 사이에 있던 그 작은 사업장이 불길에 휩싸였다. 순식간에 시커먼 연기가 노을을 삼켜버렸다. 까만 연기가 한없이 뭉글뭉글 솟아오르고 있었다. 용접기사가 늘 하는 일이라 잠시 안전을 무시했나 보다. 급하게 조금만 하면 된다고. 주위를 둘러보지도 못하고 작업하다가 근처에 쌓여있는 비닐에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지대가 높았던 아파트 주위 하늘이 시커먼 연기로 덮였다. 혹시 그 집에 세워져 있던 많은 가스통이 폭발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처음 접한 까만 장막은 엄청난 공포로 머릿속에 남겨졌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안전에 대한 표어는 그저 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각인시키고 강조해도 부족한 탓이리라. 어떠한 경우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기에.
 심심찮게 뉴스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안전불감증을 언급하곤 한다. 정해진 규정대로 했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처음에 배우고 익힐 때는 긴장하고 조심한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가 조금 익숙해지면 항상 하던 순서를 번거롭게 여긴다. 나태해진 행동으로 한두 단계를 뛰어넘고 편하게 하고 싶어진다. 별일 없겠거니 하지만 규칙은 지켜야만 것임을 잊지 말고 마음속에 경보기를 두고 지내면 좋겠다.
 사람의 몸도 지켜야 할 안전 자세가 있다. 무심코 한 행동으로 인해 어긋난 허리가 심심하면 삐그덕거린다. 후회해도 이미 발생한 일은 되돌릴 수가 없다. 현재의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올바른 자세를 외치며 운동에 나선다.
 갑자기 아파트 화재경보기는 수리했는지 궁금해진다. 정작 필요한 순간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쳐 놓아야 할 터인데.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