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방관이 소방대상처에 나가 점검을 하고 건물주에게 불안전 사항에 대해 시정할 것을 요구했더니 「불이 나면 내 재산 내가 손해 보는데 왠 간섭이 이렇게 많으냐?」고 역정을 내더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기가 찼다. 그 알량한 재산은 당연히 손해를 보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인명 피해가 생겼을 경우 진화 작업을 하던 죄없는 소방관이 희생이라도 당하게 되면 무슨 수로 보상을 하고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이 정도에 이르면 안전불감증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실제로 지난 단일화학 폭발 사고 때 그 일대는 마치 폭격 당한 전쟁터 처럼 파괴되었고 파편조각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더욱이 화학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취급하는 유독 물질이 화재의 열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독가스를 발생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당시 신문 보도를 보고는 모골이 송연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안전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과 감시를 해야하는 관공서의 조직이나 예산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고 특히 전문인력이 없어 대책 마련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어찌되었든 해결책은 우리 사회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라고 본다. 안전 문화가 정착되면 대형사고의 발생 요인도 적어지겠지만 우리 생활의 질도 지금보다 훨씬 향상될 것이다. 그리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길은 대규모적인 「안전생활 실천 시민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또한 이 운동은 환경 운동에 우선해서 전개되어야 한다. 환경운동은 미래의 재앙에 대비하는 것이지만 「안전생활 실천 운동」은 코앞에 닥치는 사고를 막아야 하는 생존을 위한 다급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 실천 방안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말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말이 있다. 바로 우리가 이런 삶의 자세를 생활화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자택 화장실이나 욕실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재(材)를 교체한다든지 안전 장치를 하는 등의 기초 단계에서부터 「안전」을 생활화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운동이 사회에 확산되도록 추진하자는 것이다.
둘째 어려서부터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프로근성의 교육을 시켜야 한다. 모든 사고 발생의 원인을 살펴보면 「대충 대충」 「빨리 빨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계하는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용접이나 철근을 배근하는 사람 콘크리트를 배합하고 타설하는 사람과 같이 그 공사를 진행하는 일련의 사람들이 각기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삼풍 백화점이나 성수대교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일어나라고 빌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셋째 정부 당국은 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 대책을 세우기에 앞서 책임질 몇몇 사람을 만들어내 처벌함으로써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 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않일어나도록 하겠다』는 실행하지 못할 장담으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의 행정을 반복해 왔다. 「안전생활 시민 단체」들은 눈 똑바로 뜨고 정부 당국의 자세가 바로 서도록 채찍질 해야한다.
넷째 안산시 관내 지하 기반 시설에 대한 관리 도면이 작성되어 있는가를 확인해서 만일 없다면 우선 순위 0순위로 그 작성을 추진해야 한다. 공사중에 자칫 「가스관」이라도 잘못 찍게 되면 대구 가스폭발 사고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불안하다. 그래서 시민들이 이런 일을 감시하고 챙길 수 있는 조직적인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다섯째 이제까지 발생했던 대형 사고의 수습과정을 개관 해볼 때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각 기관간에 조직적인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를 통합해서 지휘하는 지휘부가 없는 것이 앞으로 대형사고를 대비하는데 있어 큰 문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여기서 재난관리법상 「대형사고 대책 본부장」과 「긴급구조 대책 본부장」으로 되어 있는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안산시는 지난 단일화학사고 수습때도 상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2억여원의 제독 장비를 지원
하는등 깊은 관심을 갖어주는것에 대해 일선 안전담당 책임자들은 고마워 하고 있다.
이제 상공인 여성단체 노동단체 교육계 기업주 사회단체가 「안전생활 실천운동」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안산시 당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육성해야 한다. 그래서 안산에 안전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산」을 만드는데 다같이 나서자.
- 이재중 안산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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