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벽소령 세석 천왕봉 백무동.....굳이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귀에 익은 이름에서 금방 '지리산'을 떠올리게 된다. 해발 1915m 우리나라 최고 영산(靈山)으로 꼽히는 지리산을 교사와 학생들이 손을 맞잡고 올랐다.



올해 개교한 초지고등학교(교장 최강수) 교사와 학생 110명은 지난 8월6일부터 3박4일간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길에 나섰다. 성삼재를 출발해 천왕봉을 거쳐 백무동 계곡에 이르는 약 50여Km의 험난한 산행길이다. 인내와 극기심을 길러보자며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수련활동으로 계획한 종주길이었지만 시작부터 지리산을 쉽게 산허리를 내주지 않았다.



산행 이틀째부터 내린 비는 내내 등반대를 괴롭혔고 새벽부터 출발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은 다리품을 지치게 했다. "노고단에 도착한 첫날밤 내가 여기 왜 왔나 싶었습니다"(장지연.2). "비에 흠뻑 젖어 피곤했는지 밤엔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어요"(고은혜.1).



셋째날 천왕봉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등정에 나선 사람은 33명. 조를 나누어 시작한 천왕봉 등정은 마지막 3조가 도착한 밤 11시쯤 그동안의 고통을 한꺼번에 씻기라도 하는 듯 모두가 얼싸안고 울음바다를 삼켰다. "낙오만 하지 말자했는데 제가 천왕봉 꼭대기에 서 있었어요. 왜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던지.."(손신애.1)



학생들과 함께 지리산에 오른 최강수 교감은 "힘든 일정이었지만 서로 이끌어주며 산을 오르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우리사회의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소감을 묻는 말에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보람도 컸어요. 얻은 게 너무도 많거든요"(박지수.2)라는 답변엔 산을 찾는이 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과 교훈이 짙게 묻어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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