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파리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올림픽은 협력과 경쟁을 통하여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경험한다. 선수들은 물론 응원하는 대중도 승리와 패배의 미묘한 감정을 겪으면서 도전과 성숙을 배운다. 우리 역시 경쟁사회에서 살고 있다. 경쟁은 승자(Winner)와 패자(Loser)를 가른다. 경쟁사회에서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은 아래로 밀리거나 변두리로 밀려난다. 그들은 이루지 못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경쟁에서 버티거나 이길 수 있는 힘이 경쟁력(Competitiveness)이다. 경쟁에서 이기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애쓰는 이유는 세상이 소비사회이기 때문이다. 소비란 향유능력을 의미한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어쩌면 역사도 승자의 기록이다. 역사는 권력다툼의 승자가 된 지배자들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경쟁이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긍정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인간을 사회적 존재라고 할 때 그 의미 속에는 인간은경쟁하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때문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경쟁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holz)는 그의 책 “러쉬!(Rush)-우리는 왜 도전과 경쟁을 즐기는가?”에서 인간은 경쟁할 때 행복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라고 했다. 경쟁을 불행의 뿌리로 보는 사회는 경쟁을 최대한 억제한다. 지금은 고전이 된 조지오웰의 “1984년”의 빅브라더의 세계는 저항도 없고, 누구나 평등하고, 욕망과 갈등이 없다. 욕망을 죄악으로 여기는 강압적 통제와 자신의 능력을 높일 수 없는 환경, 정당한 경쟁를 가로막는 뒤틀린 전체주의의 사회구조를 보여준다. 공산주의 역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위계질서를 없애고, 최대한의 평등사회를 만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지배자가 아니면 사다리를 오를 수 없는 절대적 위계가 있다. 자유롭게 경쟁하며 사는 사회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서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개인의 목표를 성취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향해 노력할 때 도파민이 주는 행복감을 누린다.

  자유경제, 자유경쟁보다 국가가 개입하고, 보편적 복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를 소멸시킨다. 국민을 자유인이 아닌 주인의 은혜를 기다리는 노예로 전락시킨다.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억압과 통제로 다스리는 남미의 베네주엘라나 북한의 국민들이 더 궁핍하고 불행하다. 국민들의 삶을 통제하고 사다리를 오르려는 의지를 꺽기 때문이다. 경쟁은 갈등과 반목, 폭력이 아니다. 경쟁을 통해 오히려 상생하고,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경쟁체제에서는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일상점 주인이 사과 한 개를 천원에 판다고 했을 때 사과를 사는 소비자는 모험을 해야 한다. 판매자가 썩은 사과가 아닌 싱싱하고 맛있는 사과를 판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구매한 사과가 맛이 있다면 그는 반복해서 재구매가 가능하고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상냥하고 친절할 수밖에 없다. 자유경제는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경쟁은 불안함, 불확실성, 두려움으로 긴장하게 한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면서 인간은 더 성숙하고 건강해진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이다. 스트레스를 이기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발전하고, 스트레스를 다루는 능력을 기른다. 경쟁은 인간을 더 강하게 만들고, 환경에 적응하는 내성을 키우고, 낯선 것을 대하는 용기를 갖게 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양궁선수들이 경쟁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선수로 선발할 때 오랜 경험도, 승리한 전적도, 선발에 가점이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철저한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했다고 한다. 우리 축구를 월드컵 4강까지 오르게 했던 히딩크 감독의 선수 선발도 그랬다. 기량이 좀 부족한 선수들은 선수 선발에 들수 있다는 희망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게 하고, 이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조차 자만할 수 없도록 탈락의 위험에 긴장하게 했다. 선수 개별적으로는 영감을 자극했다. 하버드 경영대 교수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경쟁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라. 진정한 당신의 강점이 만들어 질 것이다”라고 했다. 선수의 훈련은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단순하게 하여 경쟁할 수 있는 몸으로 바꾼다. 기업이나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심리학자 레빈(K. Lewim)은 변화를 해동과 혼란, 재동결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해동은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바꾸고, 현실을 자각하고 변화를 준비하는 단계이다. 다음은 익숙함과 결별하는 고통이 동반하고 혼란이 따른다. 이전으로 회귀하고 싶은 유혹과 갈등, 혼돈의 강을 건너야 한다.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이런 과정을 겪은 후에야 경쟁할 수 있는 재동결의 새로운 공동체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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