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지난 12월 3일 밤, 텔레비전 자막에 느닷없이 속보 ‘윤 대통령, 비상계엄선포’라는 자막이 떴다.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하도 뒤숭숭한 시국, 그러나 진짜 뉴스였다. 살다 살다 별 희한한 일을 다 겪는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사회질서가 극도로 혼란된 지역에 군사상의 필요에 의하거나, 공공의 안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하는 계엄을 말한다. 헌법 제77조와 계엄법 제2조와 제10조에 명시되어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는 한마디로 촌극 그 자체였다. 나락으로 떨어뜨린 처사였다. 국회의 동의 없이 국회의 헌정질서 교란을 척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한다. 비상계엄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라고 강조했지만 어불성설이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는 부분이 손톱만큼도 없다.
명분이 서지 않는 비상계엄선포로 국민을 얼마나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는지 아직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문 정부 시절, 수많은 압박을 견디며 외로운 장수로까지 비추어진 그가 이런 어리석은 일을? 책임을 져야 한다. 도대체 명분이 서지 않는 비상계엄선포였다.
국회는 12월 4일 오전 1시, 190명 재석 190명 찬성으로 해제 의결, 오전 4시 윤 대통령은 헌법이 규정한 국회 의결을 수용하여 해제 조치하는 촌극을 또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별성명을 발표, 윤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과 수사를 촉구했다. 12월 3일의 계엄령 선포는 대통령 스스로 권력을 유지 또는 더 확장하기 위해서 벌인 반란으로 내란 행위, 친위 쿠데타라고 몰아붙였다. 윤 대통령을 반란 · 내란죄로 수사 · 체포 · 구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마저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라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도대체 국민의힘은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으며, 왜 비상계엄선포를 막지도 못했단 말인가. 보수 궤멸론까지 터져 나왔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원 · 달러 환율까지 급등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내 정치적 불안 때문이었다. 세계가 놀라고 외신들은 속속 우리나라의 비상계엄선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랐을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무슨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몇 명 사퇴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까지 받게 되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밤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그들로서는 당연한 당론일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라는 큰 명제 앞에 이의를 달 수 없었을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 만든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탄핵당하는 사태를 맞으면 보수 진영은 삽시간에 공중분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뉴스가 나가자, 외신들도 이 소식을 일제히 긴급 타전했다. 로이터와 AP, AF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한국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사과했다면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언을 주요 속보로 전했다. 일본은 아예 생중계까지 했다.
국회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들어갔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투표성립에 필요한 정족수 200명을 채우지 못했다. 의결정족수 부족에 투표가 성립되지 않아 탄핵안은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최근 며칠간 나라가 미쳐 돌아간 느낌이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어쩌랴, 나라가 미쳐 돌아가게 만든 장본인들이 정치인들인데…. 오호통재라!
국민의힘이건 더불어민주당이건 뒷수습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은 물론 여야가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은 본인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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